2009년 9월 2일 수요일

아이리버 핸드폰?

몇 달 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리버에서 핸드폰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와 평소에도 핸드폰 이야기를 자주 하는 터라 그 때도 아이폰 한국출시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이었나 봅니다.

 

"야, 애플도 아이폰으로 성공했는데 아이리버폰은 어떨거 같냐?" 이런 저의 물음에 그 친구는 "글쎄..." 뭐 이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런 생각을 하게된 건 최근 IT디바이스의 경향이 컨버전스(Convergence)로 대표되고 있어서 입니다. 사실 PMP에 네비게이션을 합친 건지, 네비게이션에 PMP를 합친건지, MP3에 PMP기능이 들어간 건지, PMP에 MP3 기능이 들어간 건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아이리버는 국내 MP3시장을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국내에서는 실질적으로 최초의 MP3라고 할 수도 있을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죠.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전자사전을 만들고, PMP를 만들고, 네비게이션까지 내놓았더라구요. 이 정도면 당연히 그 다음은 휴대전화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휴대전화에 카메라, MP3기능은 물론이고 PMP기능이나 네비게이션 등의 기능이 결합하면서 관련 시장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는 실정입니다. MP3플레이어 시장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MP3와 휴대전화는 별개의 것이었습니다. 사용상의 불편함이 있었고, 저작권 등의 문제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의 적용 등으로 MP3플레이어의 고유영역은 지켜져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MP3플레이어의 대부분이 기존의 둘 이상의 제품기능을 결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근에는 저작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단속도 강화되어 불법 음원을 다운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MP3플레이어 시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이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애플의 선택과 집중은 탁월했다고 봅니다. 지금 애플에서 판매하고 있는 MP3플레이어는 iPod Shuffle, iPod Nano, iPod Touch 등 인데요. iPod의 첫 출시부터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 iTunes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불법음원에 익숙했던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iPod의 이런 방식이 불편하고 번거롭게 느껴졌죠. 사실 단순한 IT디바이스로 봤을 때 iPod은 그 활용성이나 범용성에 있어서 뛰어난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이 제한되는 부분이 꽤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음원시장이 흘러간다면 애플의 iTunes는 상당히 괜찮은 선택이었음이 입증될 것입니다. 게다가 디스플레이가 지원되지 않은 iPod Shuffle은 MP3플레이어의 기능이 휴대전화로 이동하면서도 그 나름의 고유영역을 지킬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아이폰은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구요.

 

 

 

다시 아이리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이리버 역시 MP3플레이어의 절대적 강자인 애플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스레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것인지 컨버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자사전, PMP, 네비게이션 등을 내놓고 iPod Shuffle과 비슷한 컨셉을 출시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도 출시할 계획이 있나봅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아이리버가 지난 해, CES2008(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휴대전화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위에 사진이 그것인데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UI가 아이폰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아이폰 클론'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는데, 실제로는 이 UI가 아니라 별도의 전용 UI가 사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춘 B to B UI로 우선 만들어서 출품한 것이라고 아이리버 측에서 설명하더군요.

 

실제로 이 모델이 제품으로 출시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용자 특성을 반영한 UI와 판매망, A/S망을 갖추고, 적절한 시기에 출시된다면 괜찮은 반응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동통신사와의 협조가 승패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겠죠. 휴대전화에서는 신생기업이고,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는 이동통신사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으니까요.

 

 

댓글 2개:

  1. 아이리버가 휴대폰을 만든다면 어느 정도 영향력은 있을 것 같네요. VoIP 단말기만 만들지 말고 WCDMA 단말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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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droiz - 2009/09/03 09:56
    VoIP단말기는 지금 출시되어있죠? 아마도?ㅋ 한때 PCS가 도입되면서 여러 휴대전화 회사가 존재하다가 언젠가부터 하나둘 사라져버린 것처럼, 외산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IT기기의 변화가 빠른 지금 상황이라면 2~3년 이내에는 아이리버에서도 WCDMA단말기를 출시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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