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5일 토요일

도시를 디자인하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쁜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 도로에 가득찬 자동차? 아니면 외국인에게 친절한 모습? 이런 원론적인 것은 제외하고, 실제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보게되는 것은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보게되는 풍경일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만 해도 비행기를 탈 때 꼭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창밖 풍경을 보는 것인데요. 비행기를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탈 때마다 창 밖 풍경을 보고, 때로는 사진으로 남기게 됩니다. 외국인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계속 창밖을 살피고 있지는 않겠지만 보통 착륙 30분 전부터는 자던 사람들도 일어나서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기곤 하죠. 그리고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창밖을 보게 될 것입니다.

 

몇 달 전,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있는 한 일본인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한글로 써놓았는데 아주 가끔씩 찾을 수 있는 맞춤법의 실수를 제외하면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유머까지 곁들이는 센스까지 있어서 글솜씨가 웬만한 한국인보다 나아보일 정도였죠. 그 일본인이 한국에 오면서 비행기에서 본 풍경을 표현한 포스팅이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 한국 아파트를 본 것은 하늘 위.두근두근 한국으로 처음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작은 창문으로 나는 처음 한국을 봤다.  '저것은 뭘까......??' 하늘에서 보이는 높고 하얀 네모같이 생긴 물건들에 너무나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아파트인데 일본과 전혀 다른 경치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서 사진을 막 찍고 비행기 안에서 혼자 난리부루스를 쳤던 기억도 생생하다ㅋ

 

- '사야까'의 블로그 포스팅 중에서 (http://sayaka.tistory.com/entry/한국의-첫인상은-무표정인-한국아파트-그러나)

 

그 일본인의 이름은 사야까 인데요. 위의 글과 같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아파트였다고 합니다. 뒤에 이어지는 글에서 한국의 아파트를 개성없다, 차갑다, 미로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파트의 편리함이 너무 좋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야까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에서 보게되는 그 나라의 모습이 대부분 첫인상의 시작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할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한국의 도시들은 어떤 이미지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인이기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보게되는 한국의 도시들은 고향같은 느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저 반갑고, 푸근하고 그런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도시가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봤습니다. 위 사진은 서울의 위성사진인데요. 왼쪽부터 순서대로 충무로 4가, 성수동, 신림동 입니다. 앞의 두 곳은 전반적으로 파란색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공장의 지붕은 햇빛 반사율 등을 고려해서 파란색 지붕이 많이 쓰인다는 걸 감안하면 공장이 많은 성수동의 파란색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충무로 4가는 왜 그럴까요? 그리고 신림동 쪽은 왜 녹색을 띄고 있을까요?

 

옥상이 딸린 주택에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주택의 옥상에는 노후화에 따른 방수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그 방수제의 색깔이 보통 파란색 또는 녹색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른 도시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공장이 많은 지역인데요. 왼쪽은 경북 구미시, 오른쪽은 대구 성서공단지역 입니다. 거의 새파랗게 보일 정도로 파란색이 많이 보이네요.

 

 

왼쪽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대전시, 부산시의 모습인데요. 굳이 공장지대가 아닌데도 전체적으로 파란색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확실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방수제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의 모습은 어떨까요?

 

 

모나코, 도쿄, 런던의 모습인데요. 우선 런던은 도시전체가 오래된 건물이 많고, 문화적 가치로 인해서 보호를 받고 있어서인지 회색빛을 띄고 있지만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구요. 모나코는 지중해에 위치한 휴양지이기 때문인지 오렌지빛 지붕과 군데군데 녹지대가 보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사진은 도쿄의 한 주택가인데요. 가장 짧은 기간동안 도시화가 진행된 곳이지만, 도시 전체가 이렇게 고층건물이 거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과 가장 비슷한 도시로 도쿄를 꼽기도 하는데요. 서울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서울과 도쿄의 주택가를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면서 느낀 부분인데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흔한 옥상을 도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비교해보면 빌딩지대의 옥상이 아니라면 주택가에서는 옥상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택이 지붕이 있는 형태를 갖고 있죠. 아래 사진은 서울 주택가의 위성사진입니다..

 

 

한남동, 강남역 주변, 서래마을 인데요. 한남동은 대표적인 부촌이기 때문인지 외국의 주택가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옥상이 군데군데 보이고, 어김없이 푸른색 계통의 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강남역 주변의 주택가도 마찬가지구요. 서래마을은 고급빌라가 많기는 하지만 역시 푸른색을 띈 옥상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왜 우리나라는 부자동네, 보통동네 할 것 없이 옥상을 갖고 있는 건물이 많을까요? 그리고 그 옥상들은 하나같이 푸른색을 띄고 있을까요? 방수제의 색이 그렇게 제한되어 있는 건가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오렌지색 계통으로 방수방수처리된 경우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공장지대의 지붕색 역시 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파란색으로 통일된 경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일본, 대만, 중국의 경우를 봐도 공장지대가 파란색 지붕으로 표시되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몇 년 전에 본 신문기사 중에서 색깔과 자살의 관계에 대해서 짤막히 설명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푸른색 계통은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으며, 붉은색 계통은 자살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죠. 그래서 어떤 나라에서는 자살율을 낮추기 위해서 지붕의 색을 붉은색 계통 혹은 오렌지색 계통 등 따뜻한 느낌의 색으로 바꾸는 것을 지원해준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를 보면 지붕의 색은 따뜻한 계열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왜 푸른색 계통의 차가운 느낌이 나는 지붕, 정확히는 옥상이 많을까요? 그에 앞서 왜 우리나라는 옥상형 주택이 많을까요? 이때까지 생각지도 못했지만 한국에 유난히 옥상형 주택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의 추측을 해보자면, 산업화가 빨리 진행되고 땅값이 빨리 오른 우리나라에서 주택의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옥상형 주택이 많아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작더라도 마당(혹은 정원)을 갖추고 있는 주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옥상형으로 짓는 것이 건축비도 적게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게다가 정원이 없고, 공원을 많이 갖추지 못해서 녹지대가 적으니, 정부에서 푸른색 계통을 쓰도록 유도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도시미관을 정화한다는 목적을 갖고서 무질서한 간판을 정리한다던가, 조명을 설치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의 건축물이나 눈에 확 띄는 랜드마크로서의 건축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모두가 길에서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한 개선작업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선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KT에서 선보인 광고방법 중에 분당에 있는 KT본사의 옥상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 있었죠. 이때까지의 일반적으로 보이던 광고의 개념에서 벗어나서 위성사진 혹은 항공사진을 활용한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으로서 실시했던 광고였습니다. 그리고 BMW나 포드의 경우에는 본사 건물의 옥상에 자사의 로고를 표시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현대자동차 공장 등에서는 지붕에 자사의 로고나 이름을 새기는 경우를 볼 수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보이는 광고는 모든 기업이 하고 있는 것이기에, 땅에서는 보이지 않는 광고,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광고, 인공위성에서 볼 수 있는 광고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제일 먼저 보게되는 하늘에서의 모습. 지금처럼 하나같이 시퍼런 색깔의 도시분위기 보다는 밝고 따뜻하게 바꾼다면 그걸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변하지 않을까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자살율을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까 OECD국가 자살율 1위인 우리나라의 오명까지 벗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 등에 옥상 방수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완공 후 일정 기간인 지난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을 대상으로 옥상방수 시공비용의 일정부분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색깔을 지정해준다면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도시 공중미관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댓글 4개:

  1. 와! 좋은 생각입니다. 정말 그럴 필요가 있겠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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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성현도사 - 2009/09/06 03:03
    얼마 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행기에서 본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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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재벌가의 전기요금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전기 이용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 사용량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자택으로 월평균 전기요금만 2472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 상무의 용산구 자택이 월평균 3만4101kWh로 1위이며, 2위는 이 상무의 아버지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으로 월평균 1만2827kWh를 사용하였으며 월평균 전기요금은 915만 원 가량이었다. 가정용 전기사용량 랭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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