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일 수요일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

"하나님이 또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그런 즉 너는 내 언약을 지키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지키라.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 너희는 양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구약성서 창세기 17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유일신 종교들의 공통된 조상인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언약의 상징으로 남자들이 할례를 하라고 말한 것이죠. 그리고는 "할례를 받지 아니한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그가 내 언약을 배반하였음이니라."라고 덧붙이며 "난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요즘에는 남자들의 위생과 청결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포경수술이 종교적인 의미로서의 할례로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서의 어디에도 여성의 할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서에서 남자를 생명의 주인, 여자를 피조물(생명을 받는 자)로 표현한 것을 생각해보면 만물을 창조한 하나님과, 하나님의 형상을 본 뜬 생명의 주인 남자 사이의 약속으로 할례를 받을 것을 말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여성 할례가 행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원을 알 수 없음'이 아니라 '할례를 하지 않은 처녀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관습을 내세워 할례를 하지 않으면 부정하거나 음란한 여자로 몰아부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한비야 편)

 

여성할례는 여성의 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관습으로, 이슬람교나 유대교에서 행하는 남성할례의 여성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양태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핀으로 여성의 음핵을 덮고 있는 표피를 제거하는 것과 아예 음핵을 절제하는 형태가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할례방식입니다.

여성 할례를 표현한 그림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또 음부봉쇄라 해서 음핵과 소음순을 절제한 뒤 대음순 안쪽의 살을 베어 없애는 방식도 있습니다. 음부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음순에 식물의 가시를 찔러 재봉용 실로 묶어 음부를 봉쇄하고, 소변과 월경 때 혈액을 배설하기 위한 조그만 구멍을 만드는 것이죠. 그 뒤 수술한 여성은 골반에서 양다리까지 꽁꽁 묶어 상처의 조직이 형성될 때까지 수십일간 그대로 두는데, 이런 류의 할례는 결혼 뒤 남편이 음부봉쇄를 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이야 음부봉쇄를 푼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칼이나 날카로운 것으로 봉해진 음부를 자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할례가 시행되는 과정은 매우 불결하고 비위생적입니다. 부족의 연장자들이 소독되지 않은 칼이나 가위를 이용해 할례를 행하기 때문에, 수술할 때 엄청난 고통은 물론 쇼크와 공포를 수반하죠. 보고된 바로는 해마다 6천명 정도의 어린 소녀들이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며, 심지어 불임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구요. 세균감염, 비뇨기장애, 파상풍에 걸릴 위험은 물론이고, 특히 음부봉쇄를 당한 여성들은 상처로 질이 위축돼 출산 때 회음부가 찢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소말리아 출신의 모델 와리스 디리는 이 여성할례의 피해자 중에 하나입니다. 2004년 '올해의 여성' 사회(인권)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모델 와리스 디리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유목민의 딸로 태어나 슈퍼모델을 거쳐, 유엔 인권대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사막의 꽃'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사막의 꽃'은 와리스 디리라는 그녀의 이름이 갖고 있는 뜻이기도 합니다.

 

와리스 디리가 쓴 책, 사막의 꽃

 

정규교육은 커녕 변변한 옷, 신발 한번 신어보지 못하고 맨발로 초원을 뛰어다녔던 그녀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게된 데에는 분명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낙타 몇 마리에 팔려 나이 든 노인과 결혼해야 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 그녀는 숨 막힐 듯한 소말리아의 삶을 벗어나 모가디슈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모가디슈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가정부 생활을 거친후, 결국 그녀는 극적으로 패션계의 검은 신데렐라의 자리에 올라 2004년 '올해의 여성' 사회(인권)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죠.

 

와리스 디리

 

이 후에 그녀에게 있어 치명적인 상처이기도 한 아프리카의 여성할례를 알리게 됩니다.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할례로 인한 출혈과다와 감염으로 인해 그녀의 친언니 한명과 사촌언니는 죽었고, 그녀 역시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자신의 아픈 과거를 밝혔지만, 분명히 그녀는 수 없이 고민하고 망설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한 것은 더 이상 어린 소녀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였을 것입니다.

 

지금도 매년 200만명의 소녀가 할례를 받고, 그 중 6000명은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성할례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잘못된 관습이며 사라져야할 전통이라는 것이지만, 너무나도 깊게 고착화된 관습이라 막상 그것을 고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유엔의 노력은 우선 여성할례가 인권침해라는 점을 교육하는 것이며, 해당 정부로 하여금 이러한 잘못된 관습을 법으로 금하게 하는 캠페인으로 활동영역을 넓이고 있습니다. 최근 이집트 정부가 법으로 여성할례를 금한 사실이 여성할례를 추방하고자 하는 국제인권운동 진영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습니다.

여성할례 반대 광고포스터 (Amnesty)

 

(참고 : 한겨레신문 기사)

댓글 4개:

  1. 문화가 다른지라 뭐라 할 순 없지만 무섭군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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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녀라푼젤 - 2009/09/03 01:13
    맞아요. 참 씁쓸한(?) 일이죠. 하지만 각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생명을 대상으로 위협이 된다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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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문화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일들이 참많이 이 세상에 존재하네요,,,,

    모두가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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