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위피' 그리고 '와이파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에 위피탑재의무가 폐지되고, 휴대용 IT디바이스를 통해 와이파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식의 신문기사 몇 구절 정도는 많은 사람이 접해봤을 겁니다. 저는 IT분야에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라 이런 표현을 많이 접해 보면서도 위피와 와이파이가 좀 헷갈렸던게 사실인데요. 이 기회에 두 단어를 한 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먼저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부터 한번 확인해보죠.
위피 (WI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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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 안되는 정의인데도 둘의 차이는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네요.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각각 소프트웨어와 무선기술이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컴퓨터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집에 컴퓨터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윈도우XP, 윈도우비스타, 맥OS 등이 설치되어 있을 겁니다. 이런 운영체계(OS)가 '위피(WIPI)'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물론 위피는 무선인터넷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그 역할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겠죠.) 그리고 랜이나 무선랜 등을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됩니다. 휴대용 IT디바이스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와이파이가 되겠습니다.
올해부터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에 위피탑재의무가 없어지면서 다양한 외산 휴대전화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위피는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방식이었기에 외국 회사가 국내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을 다시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그 동안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피 그 자체의 목적은 여러 무선인터넷 플랫폼 환경에서는 제공되는 컨텐츠도 그 환경에 맞춰진 여러 가지 플랫폼으로 개발해야하는 낭비요소를 줄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정보통신부와 국내 이동통신업계에서 위피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하기도 했는데 채택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위피탑재의무를 없애 버린 걸 보면 아마도 채택은 아니었겠죠?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 선두시장을 형성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CDMA 방식의 우수성을 그렇게 홍보하면서 IMT2000이니 뭐니 떠들어댔었는데 결국엔 국제표준이나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3G방식을 도입하게 된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부분이나, 기술 등의 고려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괜한 불편만 가져온 것이라고 해야 하나요? 얼핏 생각해봐도 비용이나 불편이나 그런 낭비요소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우리나라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다 보니까 흐름을 잘 읽지 못했다 정도로 해둘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위피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였다는 것 만큼은 정확할 듯 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여러 IT디바이스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이 가능해지면서 와이파이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장삿속과 소비자의 편의 등이 상충하면서 벌어지는 일이겠죠. 와이파이 사용이 활발해지면 이동통신업계에서 거둬들이는 데이터이용료 수입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뻔한 거니까요. 최근에 QOOK결합상품, SK브로드밴드 등에 이동통신업계가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퍼부으며 홍보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