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엔 일본영화의 매력에 빠지다시피 해서 하루에도 몇 개씩 봤던 기억도 있는데, 이번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언젠가부터는 일본영화라고 하면 일단 관심부터 가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독특한 매력을 담고 있는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서 흥미를 잃어버릴 것 같지도 않은 그런 무언가의 매력말이죠. 처음으로 일본영화에 감동을 받은 건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서 였습니다. 내용 상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고, 대사의 상당 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지만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함과 색감, 화면구성 등이 돋보였던 작품이죠.
그 후로 꽤 많은 영화를 봤는데, 드라마 '노다메칸타빌레'는 우에노 주리라는 배우를 발견하는 계기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영화를 몇 편 보긴 했습니다만, '노다메'만큼 그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었죠. 이번에도 그녀의 이름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스포일러성 내용은 절대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좋습니다]
제목부터가 뭔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우에노 주리가 출연하더라구요. 조연이지만, 일본영화에서는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분명치않은 경우도 많았고, 우에노 주리라는데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요? 최소한 저에게는 그랬다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주연으로 출연한 에이타의 이름마저 못봤을까요? 에이타 역시 노다메 칸타빌레를 계기로 좋아하게 된 배우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구성은 이렇습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름을 배경으로 한 타임머신과 관련된 블루스(?)랄까요? 영화에는 두 개의 동아리가 등장합니다. SF연구회와 이름이 분명치않은 사진동아리. SF가 뭐의 약자인지도 모르면서 떡하니 이름을 붙여놓고서 뭔가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것 같은 남자 6명과 신입부원을 받지 못해서 동아리방의 일부를 SF연구회에 빼앗겨버린 사진연구회 소속 여자 2명. 그리고 학교 내 연구실에서 조수로 일하고 있는 듯한 남자 1명(이 사람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 외에 동네 주민? 그리고 개 한 마리 정도? 아! 중요한 인물이 하나 빠졌군요. 이 남자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블로그가 그닥 인기도 없고, 댓글하나 달리지 않는 초라한 곳이지만 혹시라도 이 포스팅을 보고서 영화를 볼 때 재미를 빼앗기게 될지도 모를 그 누군가를 위해서 스포일러성 내용은 생략하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블로그의 인기는 기대하지 않고 허공에 삽질하는 기분으로 하는 거니까 별 상관은 없을려나?ㅋㅋ
영화의 핵심은 리모컨입니다. 에어컨에 딸려있는 그 리모컨 말이죠. 더운 여름에 SF연구회 동아리방에서는 에어컨이 거의 구세주나 다름없습니다. 아마도 엄청 오래된 것 같은... 그리고 이후 25년 동안 사용하게 될 에어컨. 그리고 리모컨. 이것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를 볼 때는 리모컨에 집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귀찮기도 하고 딱히 더 하자니 스포일러가 될 거 같고... 생략하도록 하구요.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감상평이랄까 그런게 있다면 어떤 말이 적당할까요? 저는 사실 우에노 주리 때문에 봤습니다. 근데 주리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인물보다는 독특한 접근 자체가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임머신과 시공간 연속체, 과거의 사소한 무엇과 현재에 존재하는 세상과의 연결까지... 그리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유머코드. 전형적인 일본영화의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서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는데요.
왜 이제서야 이 영화를 알게 되었는지 의문이 갑니다. 우에노 주리, 에이타,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무려 '춤추는 대수사선'시리즈의 감독이기도 하다는 거죠. 이 정도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공간 연속체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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