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포르쉐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23일(현지시간) 각각 이사회를 소집하고 폭스바겐이 총 80억유로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포르쉐를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는데요.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스코다, 세아트 등 총 9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던 폭스바겐은 이번 결정을 통해 포르쉐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라는 타이틀 뿐만아니라 세계 2위 자동차 업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죠.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지난해 총 64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으며, 도요타는 760만대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카 업체인 포르쉐와 유럽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을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쥐려던 두 남자의 야망 대결이 결국 한쪽의 완승(完勝)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승자는 포르쉐 창업주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Piech·72), 패자는 포르쉐에 직원으로 입사한 뒤 17년간 최고경영자(CEO)로 군림한 벤델린 비데킹(Wiedeking·57)입니다.
원래는 포르쉐가 먼저 자신보다 덩치가 16배 큰 폭스바겐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포르쉐의 CEO 비데킹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폭스바겐의 지분을 71%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었죠. 그러나 막판에 자금난으로 중동 국부펀드를 끌어들이려 했으나 이마저 실패하자 결국 23일 사임했다고 합니다. 인수 결정에 앞선 포르쉐 CEO의 사임이라...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죠? 표면상 절차만 사임이지 실제로는 폭스바겐을 인수하려한 죄(?)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 합니다.
하지만 포르쉐라는 회사의 합병뒤에는 포르쉐 가문의 승리가 기록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포르쉐 가문은 새로 출범하는 통합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한 최대 주주가 되기 때문입니다. 경영권도 포르쉐 가문의 일원이자 현재 폭스바겐의 감독이사회 회장인 피에히가 행사할 전망입니다. 그는 벌써 자신의 심복인 마이클 마흐트(Macht) 포르쉐 생산담당 이사를 비데킹의 후임 CEO 자리에 앉혔다고 하네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폭스바겐의 시작은 포르쉐 입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1931년 포르쉐 엔지니어링 오피스를 설립했고, 1937년에는 폭스바겐을 설립했죠. 포르쉐라는 이름은 1950년에 붙여졌지만 폭스바겐의 뿌리를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포르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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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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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병을 통해 포르쉐의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페르디난트 피에히(포르쉐의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외손자)는 이번 합병으로 평생의 야망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포르쉐의 엔지니어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지만, 외할아버지(페르디난트 포르쉐)의 회사를 물려받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포르쉐의 지분을 아들, 딸, 친손자, 외손자 등 후손 10명에게 10%씩 균등하게 나눠줬기 때문이죠.
이런 소유 구조는 포르쉐의 내분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포르쉐 가문은 1972년 가족 회의를 열어 가족들의 포르쉐 경영 참여를 금지시켰습니다. 피에히는 자신의 꿈이 좌절되자 외할아버지가 1930년대에 개발한 '비틀(Beetle·딱정벌레 모양의 독일 국민차)'을 모태로 생겨난 독일 국영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의 주인이 되려 한 것이죠. 그는 포르쉐에서 퇴사한 뒤 폭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의 자동차 개발 담당 직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면서 아우디의 회장, 모회사인 폴크스바겐의 회장까지 역임했습니다.
한편 포르쉐 가문이 경영에서 손을 뗀 후, 포르쉐는 매출 감소와 자금난으로 한 때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이 위기에서 포르쉐를 구해낸 인물이 비데킹입니다. 자신의 첫 직장인 포르쉐에서 1993년 CEO가 된 그는 뛰어난 경영 감각으로 적자 기업이었던 포르쉐를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고수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으로 변모시켰습니다. 그는 이 여세를 몰아 폭스바겐을 인수하려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포르쉐 경영 참여가 금지된 피에히는 '주인 없는' 포르쉐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비데킹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사사건건 방해했다고 합니다. 비데킹의 뜻대로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인수했다면, 포르쉐 가문의 일원인 피에히는 1972년 결의에 따라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이 자동차 제국의 주인은 사실상 비데킹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결국 피에히가 승리했고 비데킹은 홀연히(?)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결론만 놓고 보자면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인수한 것으로만 보이겠지만, 박힌 돌(?)이면서도 경영권을 잃어버릴 뻔한 피에피(포르쉐 가문)가 굴러온 돌 비데킹을 몰아낸 형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피에히는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에 만족하지 않을 인물"이라며 "그의 야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인수한 것으로만 보이겠지만, 박힌 돌(?)이면서도 경영권을 잃어버릴 뻔한 피에피(포르쉐 가문)가 굴러온 돌 비데킹을 몰아낸 형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피에히는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에 만족하지 않을 인물"이라며 "그의 야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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