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5일 일요일

대구 미야꼬우동

저는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돼지뼈를 고아낸 국물로 맛을 낸 돈꼬츠라멘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데요. 언젠가부터 처음가보는 일식집에서는 돈꼬츠라멘을 먼저 먹어보게 되더라구요. 여러 곳의 맛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나름 그 맛을 판단하는 기준은 생기더군요.

 

진하게 고아진 육수쫄깃한 면, 얇게 썰어서 올려진 삶은 돼지고기. 이 세가지는 돈꼬츠라멘의 기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에 통통한 숙주가 더해진다면 기분좋은 한끼 식사로 기억하기에 부족함이 없겠죠.

 

그런데 어제 그 기본을 철저히(?) 무시해버린 돈꼬츠라멘을 먹게 되었습니다. 대구 동성로에 있는 미야꼬우동에서 였는데요. 우동을 간판에 내건 식당에서 라멘을 주문한 제가 실수한 것일까요? 여태 먹어본 것 중에서 최악의 라멘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미야꼬우동의 주메뉴가 어떤 것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요. 일본가정식 메뉴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구에서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식당이 3곳(사야까, 산시로, 미야꼬우동)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미야꼬우동이라고 합니다. 어제도 식사를 하고 있는 일본인이 보이더군요.

 

아무튼 돈꼬츠라멘은 추천할 메뉴가 아닌 것이 확실했습니다.

 

우선 제일 눈에 띈건 면이었습니다. 보통 라멘에 쓰이는 면은 자장면이나 짬뽕면과 비슷한 굵기와 쫄깃함을 갖고 있습니다. 근데 국수면을 쓰고 있더군요. 보통 우리가 잔치국수에 쓰는 그런 국수면 말이죠. 색깔도 흰색이었고 굵기가 가늘어서 쫄깃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는 라멘을 국수면으로 만드나 싶은 의문도 들더군요.

 

두번째는 국물입니다. 최악으로 꼽고 싶은 건 이 국물이었죠. 간도 적절했고 꽤 잘 고아진 육수를 썼다는 느낌이었지만,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 냄새를 무어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치과 치료후에 입에서 살짝 풍기는 약품냄새 비슷한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제 생각에는 국물에 보이던 미역같은 해조류가 그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트 수산코너에서 일해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해조류나 조개류에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어제만 그런 국물을 쓴건지,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국물이었습니다.

 

세번째는 고기였죠. 지금까지 먹어본 돈꼬츠라멘에서 고기는 비슷했습니다. 그것들과 미야꼬우동의 돈꼬츠라멘의 차이는 고기를 삶은 후에 썰었느냐, 아니냐일 것입니다. 보통은 돼지뼈를 고을때 고기덩어리를 함께 익혀서 건져낸 후에 썰어 라멘에 고명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미야꼬우동에서는 썰어진 고기를 익혀서 사용했더군요. 그게 뭔 차이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시는 분들은 그 차이가 고기의 맛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말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아... 이런! 막 써내려오다 보니까 맛집 리뷰하겠다고 쓴 글이 불만으로 가득차 버렸네요. 혹시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미야꼬우동에서 돈꼬츠라멘은 절대 주문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면의 상태를 감안해보면 라멘은 이집 주력 메뉴가 절대 아닐겁니다. 저는 초면인 여자분과 함께한 자리여서 이것들을 말하지는 못하고, 그냥 좀 부족한 맛이라며 넘겨버렸네요. 친구들이랑 같이 갔다면 주방장이라도 불러냈을지 모르지만 말이죠^^;

 

미야꼬우동의 위치를 지도로 올려봅니다. A로 표시된 부분이구요. 산시로 아시는 분들은 바로 찾을 수 있을거에요. 바로 앞에 있으니깐!ㅋㅋ 비록 돈꼬츠라멘의 맛은 최악이었지만 나름 유명한 집이니깐 다른 메뉴는 맛있는 게 분명 있을거에요. 뭐가 맛있는지 알아내서 다음에 한번 들러봐야겠습니다.

 

 

댓글 1개:

  1. 바보. 그 앞에 있는 산시로에 갔어야지.

    거기 완전 쩔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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